본문 바로가기

Smart Grid/스마트 그리드 뉴스

[기고]전력대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 이 글은 강주명 서울대학교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가 9월 16일자 매일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

 

 

媛뺤<紐?jpg

 

올여름 한국은 아슬아슬하게 전력위기를 넘겼다.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합심한 결과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가 2, 3개가 고장났거나 불의의 사태가 발생했다면 우리는 2년 전 가을에 이어 또 한 번 블랙아웃을 겪을 수도 있는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의 전력대란으로 국민의 생활이 불편해지고 산업 경쟁력은 크게 약화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은 잠재적으로 국력과 국격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한때는 전력산업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굳건한 버팀목이었다. 전력산업은 MB정부부터 전력의 원료인 석탄, 석유, 가스 등의 국제가격 상승을 외면한 전기요금 정책으로 작금의 전력 사태를 만들 정도로 피폐화되었다. 원가 이하의 전력공급 정책은 국민에게 값싼 에너지라는 오해를 유도하여 급격한 전력 과소비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전력산업을 심각한 적자 운영 구조로 만들어 공급시설 확충에 대한 투자 여력을 상실케 했다. 앞으로 더 큰 문제는 최근 원전비리 사태와 맞물려 단시간에 현재의 전력 공급 체제로는 전력 상황이 호전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에너지 절약운동 같은 소극적이고 한시적인 미봉책이 아닌 전력 공급체계의 혁신적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시점이다.

에너지 다소비 구조의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은 전력 산업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초정밀 반도체 공정을 위한 전기와 제철을 위한 전기는 질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전력 가격은 거의 동일하다. 또한 현재 송배전 거리와 사용 시간에 관계없이 요금이 결정되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의 후진적 전력 가격 결정체계는 선진국에서는 유례가 없다. 산업 형태에 따른 전력의 질과 소요시간, 거리에 따라 차별화되는 시장경제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우리는 또 전력을 공공성이 강한 소비재로 분류하여 중앙집중식 공급체계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급격한 기후변화와 셰일가스 자원화에 의한 세계적 에너지 혁명이 도래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공급 중심적 중앙형 체계를 수요 중심적 분산형 체계로 바꿔야 한다. 대규모의 공급 중심형 체계는 인구 밀집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대규모 송배전 시설을 필요로 하며 여기에는 시설 설치비용, 송전탑 설치 지역에 대한 토지 보상, 지역 주민들의 반대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요구된다.

현재 국내 발전량의 70% 이상을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이 차지하고 있다. 원자력발전 시설은 100만㎾당 건설 소요기간 6~8년, 건설비용 5조~8조원이며 석탄발전은 소요기간 4~6년, 건설비용 4조~5조원 정도다. 따라서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의 급격한 확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발전시설은 규모의 한계와 기술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태다. 이러한 한계들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전력공급 시설 확충 방안은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복합화력발전이 될 수 있다. 천연가스 기반 복합화력발전은 100만㎾당 건설기간이 2~3년, 건설비용이 1조원 미만으로 경제적이며 입지 선정의 제약도 적다. 세종신도시와 보금자리 아파트 신축같이 추가 수요가 있는 곳에 중소 규모의 천연가스 복합발전소를 건설하고 스마트그리드형 송배전 시스템을 운영하는 수요 중심적 분산형 지역발전 사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지역발전 사업의 활성화 정책은 우리나라 전력 공급체계를 집중형 체계에서 선진적 분상형 체계로의 전환도 가능케 한다. 뿐만 아니라 경남 밀양 송전탑 문제 같은 사회적 문제와 작음의 전력대란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안이 될 것이다.